[에세이,사색]의 정원 41

[詩] 월렌다 효과를 막기 위해

그냥 즐거워서, 그냥 재미있어서, 그 일을 사랑하게됐습니다. 일을 사랑하다 보니, 더욱 그 일을 잘하게 되었습니다. 더욱 그 일을 잘하게 되니, 사람들의 기대가 커져 갑니다. 계속 계속 잘 할 것이라고, 실수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그런 악의 없는 기대는 더욱 커져갑니다. 불현듯, 그 사람은 잘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있습니다. 성공해야만 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고요했던 호수는 커다란 무게의 돌팔매질로 출렁입니다. 어깨에 힘이 들어갑니다. 절대로 실패하지 말아야 해. 절대로 실패하지 말아야 해. 여기서 잠깐. 잠깐만요. 잠깐만 시간을 주세요. 호흡을 하고, 이제부터 부담감을 이기는 게임을 시작하겠습니다. 명예, 기대는 중요치 않습니다. 바로 나, 내 마음의 고요가 먼저 입니다. 그렇습니다. 나는 본래..

[詩] 기다림의 게임

어쩌면 우리의 삶은 누가 잘 기다리는지를 가리기 위한 일종의 게임이 아닐까. 이기기 위해서는, 기다림의 시간이 재미로 가득차야 한다. 언제까지나 남이 차려준 밥상으로 허기를 달랠 수는 없다. 스스로 밥상을 차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그 게임도 더욱 몰입하며 재미있게 할 수 있다. 어느날, 차가 막힌다. 그것도 바쁜데. 바쁜데 차가 막힌다고 화를 내지 않는다. 화를 낸다고 변하는 건 없다. 그저 상황을 받아들이고, 하늘을 본다. 맑은가? 그러면 더할 나위없다. 흐린가? 그래도 운치가 있다. 기다리고, 재미있는 상상도하고, 조금 늦을지도 모른다고 연락도 한다. 바쁜데 차가 막힌다고 화를 낸다. 화를 낸다고 변하는 건 없어도 화를 내야겠다. 무엇이 바뀌는가? 그저 내가 스스로 나를 때리고 있..

[기다림] 조화석습(朝花夕拾)의 여유

아침 꽃을 저녁에 줍다(朝花夕拾, 조화석습) 중국 작가 루쉰의 잠언집 제목입니다. 아침에 떨어진 꽃을 바로 쓸어내지 않고, 저녁에야 쓸어낸다는 뜻으로, 어떤 상황에 즉각 대응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을 보낸 뒤에 매듭짓는 것이 현명하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즉, 상황상황에 반사적으로 행동하는 대신, 진득한 기다림 속에서 더욱 나은 상황을 맞이하는 지혜로움을 강조하는 말입니다. 쉽지는 않습니다. 바쁘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하는 것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네 삶에서 아침에 일어난 일을 저녁에 처리한다...라고 가정을 한다면일을 못하거나 미루는 사람으로 매도되지 않을까란 걱정이 먼저 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일을 미루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아침에서 저녁까지 기다리는 시간 그 자체가 아니라..

[詩] 오랜만에 시를 써보니

오랜만에 시를 써보니 - GraFero 어제도 그랬다. 한참을 깜빡이는 모니터를 보다가 그냥 자리에서 일어났다. 마치 아무런 일도 없었던 듯이 모니터가 있는 방에 다시 들어오지 않았다. 바쁘게 일을 만들었고, 운동도 하고, 카톡도 했다. 모니터 앞에 다시 앉는 것만 빼고는. 솔직히 말하면 그제도 그랬고, 한 달 전에도, 1년 전에도 그랬다. 뭐 그렇게 대단한 것을 쓰려고 그렇게 우물쭈물거리냐 뭐 흰 공간에 아무렇게 단어들을 조합해 넣으면 되는 것 아니냐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맞아.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다. 어릴 때 나는 '문학소년'이고 싶었다. 몇 자 끄적여서 친구들에게 보여주고는 문학소년이라고 자칭하고 나 혼자 스스로 어깨에 힘을 줬다. 어느덧 몸은 자랐지만, 문학소년은 그대로 그때에 머물러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