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기억보다 오래 남은 것
기억은 흐릿해져도 마음은 남아
– 사라지지 않는 감정들

어느 날 갑자기
예상치 못한 감정이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익숙한 냄새,
어떤 멜로디,
우연히 지나친 길 하나가
아주 오래된 마음을 건드릴 때가 있죠.
기억은 희미한데,
그때 느꼈던 감정은
아직도 선명한 거예요.
누군가의 얼굴은 흐릿해졌는데,
그 사람을 좋아했던 마음은
아직 내 안 어딘가에 그대로 남아 있고요.
함께 보냈던 계절은 잊었는데,
그 계절에 느꼈던 설렘이나 서운함은
마치 어제처럼 되살아나곤 합니다.
우리는 그런 식으로
기억보다 감정을 더 오래 품으며 살아갑니다.
시간이 흐르면 잊힐 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그렇게 위로하며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감정은
잊히지 않더라고요.
그건 잊어야 할 게 아니라
그냥 함께 데리고 가야 할 마음 같았습니다.
사람은
기억을 통해 배우지만,
감정을 통해 살아가는 존재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남아 있는 거겠죠.
그 마음이 남아 있어서
우리는 더 조심해지고,
더 다정해지고,
어쩌면 더 성숙해지는 걸지도 모릅니다.
그때는 몰랐던 감정의 무게를
지금에서야 이해하게 됩니다.
그땐 그냥 아팠는데,
이젠 그 아픔 덕분에 내가 얼마나
깊어진 사람인지 알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이제
감정이 남아 있다는 것이
더 이상 슬프지 않습니다.
마음이 남는다는 건,
내가 그만큼 진심이었다는 증거니까요.
그리고 그 진심은
잊히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마음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