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소란 없는 날들이 내게 준 선물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었어

– 아무 일 없던 날의 위대함

“오늘은 별일 없었어.”

우리는 종종 그렇게 하루를 마무리합니다.
특별한 성과도 없고, 누군가에게 자랑할 일도 없고,
그냥 흘러간 하루.

그런데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아무 일 없음’이
얼마나 소중한 일이었는지
뒤늦게 깨닫게 될 때가 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따뜻한 물로 세수를 하고,
출근길 버스에서 이어폰을 꽂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업무를 시작한 하루.

그 모든 평범한 순간들이
당연한 것이 아니라는 걸
우리는 어떤 날엔 아주 뼈저리게 느낍니다.

병원 침대에서 바라보는 창밖,
예고 없이 닥친 사건 앞에서의 멍함,
혹은 한 통의 전화로 무너지는 일상.

그럴 때 우리는 말하곤 하죠.
“그때 그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얼마전, 아버지께서 건강검진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의사선생님이 폐에 무언가가 보인다고
조금 더 큰 병원으로 가보라고 했습니다.
CT를 찍어봐야한다네요.

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라고 할 까요.
괜찮은 척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아버지.
옆에서 가슴졸이며 뜬눈으로 밤을 샌 어머니.
멀리서 걱정스레 진료결과를 기다린 가족 모두.

다행히 암은 아니었고,
그제서야 어머니는 안도의 눈물을 쏟으셨습니다.

아침에 CT를 찍으시고 아버지도 걱정이 되셨는지
나는 뭐가 나와도 큰병원에는 안가실거다라고 말씀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을때 눈물이 났습니다.

평온한 일상을 다시 살아갈 수 있다는 것.

아무 일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건,
사실은 세상이 나에게 준 가장 큰 축복일지도 모릅니다.

기억에 남지 않아도,
누군가의 박수를 받지 않아도,
그 하루를 무사히 지켜낸 나 자신이

사실은 꽤 대단한 존재인 거예요.

요즘은 이런 다짐을 자주 합니다.

“별일 없던 하루에게도 감사하기.”

그저 무사했고,
마음이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밥을 잘 먹었고,
잠을 잘 수 있었던 날.

그 평범한 하루가
사실은 기적이었다는 것을,
더는 지나쳐 흘려보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누군가는 오늘도
극적인 사건 없이 하루를 보냈다는 이유로
자신을 나무랄지 모릅니다.
‘나는 왜 이렇게 평범하지?’ 하고요.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게
가장 대단한 삶의 형태라고 믿습니다.

삶은 꼭 커다란 성취로만 빛나지 않아요.
조용히, 묵묵히 하루를 지켜내는 그 자체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충분히 빛나는 일이니까요.

아무 일 없던 오늘,
그저 살아낸 오늘에게
작게나마 박수를 쳐줍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봅니다.

“오늘도 수고했어, 별일 없이 살아줘서.”

Similar Posts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