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늦게 피는 꽃도 향기는 깊다.
늦게 피는 꽃도 향기는 깊다
– 조급함을 내려놓는 연습

요즘 따라 주변이 참 빠릅니다.
누군가는 30대에 회사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40대에 부동산을 몇 채나 가진다고 합니다.
누군가는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삶’을 살고 있죠.
그러다 보면,
괜히 나만 제자리인 것 같고,
어딘가 놓친 건 아닐까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합니다.
근데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꽃은 다 같은 시기에 피지 않습니다.
벚꽃은 봄바람에 피고, 국화는 가을 바람에 피죠.
해바라기는 여름 내내 고개를 들고, 매화는 한겨울을 뚫고 핍니다.
어느 하나 먼저 피었다고 더 귀하거나, 늦게 피었다고 덜 귀하지 않잖아요.
나도 그런 존재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한때 비교에 쉽게 흔들리던 사람이었습니다.
다들 잘 나가는 것 같고,
나는 계속 무언가를 준비만 하고 있는 느낌이었죠.
하지만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빨리 피는 꽃이 전부가 아니구나.’
조금 늦게 피어도,
그 꽃만의 향기가 있다는 걸요.
그때부터 삶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조급함 대신 ‘기다림’이라는 단어를 배우게 되었고,
성공이라는 말보다 ‘성장’이라는 말이 더 마음에 와닿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은 저에게 자주 묻습니다.
“지금 너는 어떤 계절을 살고 있니?”
남들은 이미 봄인데,
나는 아직 겨울일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봄을 부러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겨울에는 겨울의 준비가 있고,
그 안에서만 자라는 마음의 뿌리도 있으니까요.
늦게 피는 꽃은
그만큼 더 깊은 향기를 지녔다고 믿습니다.
더 오래 기다렸고,
더 많이 버텼고,
더 단단하게 피어난 꽃이니까요.
비교 대신 나의 속도를 인정해주기로 합니다.
다른 누군가의 리듬 말고,
내 삶의 박자에 맞춰 조용히 나아가기로 합니다.
조금 늦어도 괜찮습니다.
나는 내가 피어야 할 때를 향해 가고 있으니까요.